Mutable collagenous tissue
Artifact
해삼은 뼈대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자루처럼 보인다. 실제로 몸벽에는 콜라겐 섬유 다발과 젤 같은 세포외 기질이 있고, 작은 석회질 골편이 흩어져 있다. 그러나 이 외피는 한 가지 촉감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극피동물에 특유한 ‘가변 콜라겐 조직(mutable collagenous tissue)’은 신경의 조절 아래 빠르고 가역적으로 강성과 늘어나는 정도를 바꾼다.
보통 동물이 몸을 단단하게 만들 때는 근육이 수축해 뼈나 체액을 당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해삼의 특이점은 결합조직 자체가 기계적 효과기가 된다는 데 있다. 조직은 부드러운 상태, 평상시 상태, 단단한 상태로 구분될 수 있고, 근육이 계속 힘을 내지 않아도 몸벽의 수동적 기계 성질이 달라진다.
Observation
2016년 Jingyi Mo 연구팀은 해삼 몸벽을 잡아당기면서 싱크로트론 소각 X선 산란으로 콜라겐 섬유의 변형을 동시에 측정했다. 화학적으로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자 전체 조직은 더 큰 하중을 버텼지만, 변화는 개별 콜라겐 섬유가 갑자기 더 단단해진 것으로만 설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섬유 사이 기질의 강성이 커져 더 많은 섬유가 함께 하중을 나누는 ‘섬유 동원’ 모델을 제시했다.
분자 수준의 스위치도 하나가 아니다. 해삼에서 분리된 tensilin은 부드러운 조직을 평상시 강성으로 올리지만 가장 단단한 상태까지 만들지는 못했다. 반대로 2014년에 보고된 softenin은 tensilin으로 단단해진 조직을 다시 부드럽게 하며 콜라겐 섬유 사이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단단함’은 재료 한 덩어리의 고정 속성이 아니라, 섬유들이 서로 얼마나 묶이고 하중에 얼마나 참여하는지에 따라 바뀌는 상태다.
Multiple Lenses
근육 대신 재료의 규칙을 바꾼다
근육은 능동적으로 힘을 내지만 가변 콜라겐 조직은 몸의 수동적 조건을 바꾼다. 같은 외력이 와도 부드러운 조직은 모양을 바꾸고, 단단한 조직은 형태를 지킨다. 신경계의 출력이 운동 명령만이 아니라 재료의 경계조건이 될 수 있다.
몸은 프레임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바닥이다
근육이 작동하려면 그 힘을 받아 줄 구조가 필요하다. 해삼은 별도의 단단한 골격을 들고 다니는 대신 몸벽의 강성을 바꿔 순간적으로 힘의 바닥을 만든다. 구조와 구동부가 분리된 기계와 달리, 이 몸에서는 ‘무엇이 움직이고 무엇이 받치는가’가 상태에 따라 바뀐다.
단단함은 섬유보다 관계에 있다
콜라겐 섬유의 재료 성질만 측정하면 전체 조직의 변화를 놓칠 수 있다. 섬유 사이 기질이 결합을 강화하면 이전에는 미끄러지던 섬유들이 함께 하중을 받는다. 성능은 부품 하나보다 연결망의 참여율에서 생긴다.
세 가지 상태는 단순한 온오프가 아니다
tensilin이 부드러운 상태를 평상시 상태로 올리고, 다른 인자가 더 단단한 상태에 관여한다는 결과는 하나의 스위치로 모든 변화를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해삼의 몸벽은 ‘연하다/단단하다’보다 여러 제어 경로가 겹치는 상태 공간에 가깝다.
방어는 더 단단해지는 것만이 아니다
부드러워지면 좁은 틈으로 몸을 바꾸거나 조직을 떼어낼 수 있고, 단단해지면 형태를 잠그거나 붙잡힌 몸을 버틸 수 있다. 안전은 하나의 최강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기계적 상태를 옮기는 능력에 있다.
Twist
해삼의 몸벽을 ‘살아 있는 가변 재료’라고 부르면 미래적인 소재처럼 들린다. 그러나 더 낯선 점은 변화가 세포 안의 모터보다 세포 밖의 연결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신경은 직접 형태를 밀어 만들기보다, 콜라겐 섬유들이 서로 미끄러질지 함께 버틸지를 바꾸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이 조직은 몸과 장치의 경계를 흐린다. 결합조직은 보통 기관들을 묶어 주는 배경으로 취급되지만, 여기서는 그 배경이 신경의 명령을 받아 형태의 허용 범위를 바꾸는 작동부가 된다. 움직임은 근육이 만든 변위만이 아니라, 재료가 어떤 변위를 가능하게 하거나 금지하는지까지 포함한다.
Core Question
신경이 근육을 수축시키는 대신 세포 밖 콜라겐 섬유 사이의 결합을 바꿔 몸을 부드럽게도 단단하게도 만든다면, 움직임을 수행하는 기관은 신경계인가 결합조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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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ther Reading
- Mo et al., Interfibrillar stiffening of echinoderm mutable collagenous tissue demonstrated at the nanoscale — 몸벽을 인장하면서 싱크로트론 X선 산란을 측정해 섬유 사이 강성과 섬유 동원 모델을 제시한 2016년 연구.
- Takehana et al., Softenin, a Novel Protein That Softens the Connective Tissue of Sea Cucumbers — tensilin으로 단단해진 진피를 다시 부드럽게 하는 단백질과 섬유 사이 상호작용을 보고한 연구.
- Tamori et al., Tensilin-like stiffening protein from Holothuria leucospilota does not induce the stiffest state — tensilin의 효과가 부드러운 상태에서 평상시 상태까지이며 최고 강성에는 다른 인자가 필요함을 보인 연구.
- Brown et al., Universal robotic gripper based on the jamming of granular material — 유연한 입자 주머니가 진공에서 단단해져 물체를 잡는 가변 강성의 공학적 비교 사례.
- Museum of Modern Art, Lygia Clark, Bichos — 경첩 연결과 관객의 조작으로 가능한 형상 범위를 드러내는 참여형 조각.
- Wikimedia Commons, Thelenota ananas close-up — Hero 사진의 2,000×1,500 원본, 저자와 CC BY-SA 3.0 권리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