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turnal

달력 눈금과 시각 눈금, 중심 구멍, 긴 회전 지시자가 겹쳐진 작은 황동 녹터널
원판 바깥에는 달과 날짜가, 안쪽에는 시간이 새겨져 있고 긴 지시자는 중심 구멍 주위를 돈다. 시계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부품은 없다. Michael Daly, Nocturnal (instrument) · 652×892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 약 5cm 크기의 현대 작동 복제품 사진이며, 16–17세기 항해용 원품의 재료·크기·마모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Artifact

해가 진 뒤에도 시간은 흘렀지만, 기계식 시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의 바다에서 그 흐름을 계속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녹터널은 별을 밤의 시곗바늘로 사용하는 작은 원판 장치다. 바깥 원에는 달과 날짜, 안쪽 원에는 시각이 있고, 가운데에는 북극성을 내다보는 구멍과 회전하는 긴 지시자가 있다.

사용자는 먼저 짧은 날짜 지시자를 오늘에 맞춘다. 기구를 수직으로 들고 중심 구멍 너머에 북극성을 둔 뒤, 긴 지시자의 모서리를 큰곰자리의 두 지시별이나 작은곰자리의 코카브 방향에 맞춘다. 그때 긴 지시자가 안쪽 눈금과 만나는 곳에서 현지 시각을 읽는다. 16세기 인쇄 안내서는 원판을 잘라 나무나 판지에 붙여 직접 만들도록 권했고, 항해자는 목제 장치로 밤의 시간을 약 15분 정도 정밀도로 추정했다.

Observation

북극성 가까이의 하늘은 거대한 시계처럼 보인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주극성들은 북극성 주위를 약 23시간 56분 4초에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보인다. 큰곰자리의 Dubhe와 Merak을 잇는 선은 북극성을 가리키면서 밤새 회전하므로 긴 시곗바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항성일은 24시간의 평균 태양일보다 약 4분 짧다. 같은 시각에 바라본 기준별은 하루마다 조금씩 앞선 위치에 있고, 몇 달이 지나면 차이는 몇 시간으로 누적된다. 그래서 별의 방향만으로는 시각을 바로 읽을 수 없다. 녹터널의 날짜 원판은 관측일을 입력받아 이 계절적 어긋남을 기계적으로 보정한다.

이 장치는 시계를 품고 있지 않다. 에너지원도, 탈진기도, 계속 움직이는 바늘도 없다. 하늘의 실제 회전이 운동부이고, 북극성은 축이며, 날짜판은 서로 다른 두 시간 체계 사이의 보정표다. 기구는 그 관계들을 한 번에 겹치는 인터페이스다.

Multiple Lenses

하늘을 시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회전을 번역한다

녹터널은 별을 움직이지 않는다. 주극성의 각도, 관측 날짜, 태양시 눈금을 서로 대응시킨다. 측정은 새로운 신호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좌표계 사이의 관계를 물질 표면에 새겨 두는 일이다.

중심 구멍은 관측점이자 회전축이다

북극성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기준점이지만, 그 별을 원판 중심에 놓는 작업은 관측자의 몸이 한다. 팔의 기울기나 기구의 수직 방향이 틀어지면 하늘과 눈금의 중심이 어긋난다. 기준점은 외부 세계에 있어도 기준 좌표계는 몸과 장치가 함께 유지한다.

날짜는 부가 정보가 아니라 변환 파라미터다

오늘의 날짜를 맞추지 않으면 같은 별의 각도에서 다른 시각을 읽게 된다. 날짜는 결과 옆에 적는 메타데이터가 아니라 항성 위치를 태양시로 바꾸는 계산 입력이다. 달력과 시계는 독립된 표가 아니라 하나의 변환 안에서 결합된다.

촉각 눈금은 어둠을 인터페이스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일부 녹터널의 시각 눈금에는 돌기나 톱니가 있어 어두운 밤에도 손끝으로 시간을 셀 수 있다. 빛을 더 공급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조건에서도 읽히도록 표면의 감각 채널을 바꾼다.

현지 시각은 보편 시각이 아니다

녹터널이 보여 주는 것은 관측 장소의 하늘에 따른 현지 시각이다. 경도를 모르면 UTC 같은 표준시로 곧바로 바꿀 수 없고, 표준시를 모르면 이 장치만으로 경도를 결정할 수도 없다. 결과는 틀린 시각이 아니라 특정 좌표계에 묶인 시각이다.

Twist

시계는 보통 시간을 내부 상태로 계속 보존하는 장치다. 태엽이 풀리고 진자가 흔들리며, 바늘은 사람이 보지 않아도 움직인다. 녹터널은 반대다. 서랍 속에서는 아무 시간도 가리키지 않는다. 날짜를 설정하고 북극성을 조준하고 별의 방향과 지시자를 겹치는 짧은 관측 절차 동안에만 시계가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하늘이 완전한 시계여서 녹터널이 단순한 눈금판인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항성의 하루와 태양의 하루가 어긋나므로 날짜 보정이 필요하다. 하늘, 달력, 관측자의 몸 가운데 어느 하나도 홀로 답을 갖지 않는다. 시각은 세 체계가 정확히 정렬될 때 생성되는 계산 결과다.

Core Question

북극성을 고정점으로 삼고 날짜판과 별의 방향을 맞춘 뒤에야 밤의 시각이 나타난다면, 시간은 하늘에 이미 쓰여 있는 값인가 관측자·달력·회전하는 별이 함께 만든 좌표 변환의 결과인가?

다이플레이도스코프는 하루의 한 점에서만 시간을 교정한다

다이플레이도스코프는 서로 다른 광로를 지난 두 태양상이 겹치는 순간을 진정오로 읽는다. 녹터널은 밤새 별의 각도를 연속적인 시각으로 바꾼다. 하나는 합치 사건으로 시계를 교정하고, 다른 하나는 회전 관계를 눈금에 투영하지만 둘 다 시간의 기준을 독립된 바늘보다 천체와 광학적 정렬에서 찾는다.

John Cage의 《Atlas Eclipticalis》는 별의 위치를 음표로 바꾼다

Cage는 별 지도 위에 오선을 겹쳐 별의 위치와 밝기를 음표의 위치와 크기로 옮겼다. 녹터널은 현재의 별 배치를 시각으로, 《Atlas Eclipticalis》는 고정된 별 지도를 연주 가능성으로 번역한다. 같은 하늘이 한쪽에서는 측정값, 다른 쪽에서는 사건을 생성하는 악보가 된다.

On Kawara의 《Today》는 시간을 하늘이 아니라 표기 규칙에 고정한다

Kawara의 Date Paintings는 작품을 만든 날짜를 그 장소의 언어와 달력 형식으로 화면에 적는다. 녹터널 역시 보편적 시간 대신 관측 장소와 날짜에 묶인다. 그러나 하나는 지나간 하루를 문자로 봉인하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하늘과 몸을 정렬해야만 순간적인 시각을 산출한다.

Further Reading

  • Royal Museums Greenwich, What is a nocturnal? — 주극성, 북극성, 날짜 설정, 지시별 정렬, 촉각 눈금과 역사적 사용법을 설명하는 Royal Observatory 큐레이터 자료.
  • Wikimedia Commons, Nocturnal (instrument) — Hero 사진의 652×892 원본, 제작자와 Public Domain 권리 정보.
  • Günther Oestmann, On the History of the Nocturnal — 중세부터 근세까지 야간시계의 계보와 사용을 다룬 역사 연구.
  • Guggenheim Museum, On Kawara: Today Series / Date Paintings — 날짜와 제작 장소의 표기 규칙으로 시간을 고정한 연작.
  • John Cage Complete Works, Atlas Eclipticalis — 별 지도를 악보의 사건 좌표로 번역한 1961–1962년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