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hrodita aculeata (sea mouse)

갈색 타원형 몸의 양옆에 금빛과 청록빛을 띠는 강모가 촘촘히 난 바다쥐.
몸의 양옆을 두른 강모가 관찰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금속성 색을 낸다. 사진은 색 띠와 배치를 보여 주지만, 강모 내부의 나노 통로나 간섭 과정은 직접 보여 주지 않는다. Michael N Maggs, 2008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Artifact

바다쥐는 북대서양과 지중해의 해저에 사는 다모류다. 길이 10–20cm의 타원형 몸을 진흙빛 털이 덮고, 옆면에는 파랑·초록·노랑·청동색으로 번쩍이는 강모가 줄지어 난다. 이름과 인상은 포유류를 떠올리게 하지만, 빛을 다루는 핵심 부품은 털이 아니라 키틴으로 된 속 빈 강모다.

전자현미경으로 강모의 단면을 보면 균일한 원통형 통로들이 거의 육각 격자로 모여 있다. 특히 지름 약 1.5μm인 가는 모세관형 강모는 통로 폭이 거의 같을수록 강한 무지개빛을 낸다. 통로의 주기와 굴절률 차이가 들어온 빛의 일부 파장을 보강 간섭시키고, 다른 파장은 상쇄한다. 색소가 특정 색을 흡수하고 남기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가 파장을 골라 되돌려 보내는 방식이다.

Observation

빛나는 띠는 몸 전체에 균일하게 칠해져 있지 않다. 갈색 등판의 양옆, 강모가 바깥으로 뻗는 경계에 집중된다. 관찰자가 움직이면 강모와 빛의 각도가 달라지고, 같은 부분이 청록에서 금빛으로 이동한다. 색은 한 위치에 붙박여 있기보다 각도에 따라 표면을 건너간다.

건조 표본에서 무지개빛이 사라졌다는 관찰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구조만으로 설명이 끝나지 않고, 통로를 둘러싼 물질과 수분 상태가 광학 조건에 참여한다. 사진에 보이는 색은 강모라는 물체 하나가 아니라 강모의 내부 배열, 주변 매질, 입사광, 보는 위치가 함께 만든 결과다.

Multiple Lenses

빈 공간이 색을 골랐다

강모의 통로는 아무것도 없는 결함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빈 공간의 크기와 반복 간격이 파장을 선택한다. 색을 만드는 재료는 키틴만이 아니라 키틴과 빈 통로 사이의 경계다.

같은 몸에 여러 광학 부품이 공존했다

굵은 보호 강모와 가는 모세관형 강모는 내부 통로의 규칙성이 다르다. 가장 균일한 통로를 가진 가는 강모에서 무지개빛이 강하다는 점은, ‘강모가 있다’보다 ‘얼마나 일정하게 반복되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색은 젖음과 각도를 기억했다

강모를 말렸을 때 색이 약해지거나 사라진다면 색은 고정된 표면 속성이 아니다. 내부 구조를 채우거나 둘러싼 매질이 달라질 때 같은 격자도 다른 광학 장치가 된다.

기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화려한 강모가 포식자를 경고하거나 방어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설은 있지만, 색의 생물학적 기능은 구조 자체만큼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실제로 왜 진화했는지는 분리해서 읽어야 한다.

Twist

바다쥐의 반전은 화려한 색을 더 많은 색소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거의 투명한 키틴과 빈 통로의 반복이 빛을 서로 더하고 지운다. 눈에 가장 강하게 보이는 것은 몸속에 저장된 물질보다 몸속의 간격이다.

그리고 그 색은 강모 안에 완제품처럼 들어 있지 않다. 구조가 있어도 물과 빛과 시선의 관계가 맞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색은 소유물이 아니라 조건이 잠시 성립했을 때 일어나는 사건에 가깝다.

Core Question

바다쥐의 키틴 강모가 색소를 품지 않고 규칙적인 빈 통로의 간격과 빛의 각도에 따라 어떤 파장은 더하고 다른 파장은 지운다면, 색은 몸에 저장된 속성일까 구조·물·빛·시선이 만날 때마다 다시 생기는 사건일까?

정지한 판이 관객의 움직임으로 색을 바꿨다

카를로스 크루스-디에스의 Physichromie 연작은 평행한 색면과 돌출 요소를 배치해, 관객의 위치와 빛이 달라질 때 색 구성이 변하도록 한다. 바다쥐의 강모가 미세한 반복 구조로 각도별 파장을 선택한다면, Physichromie는 사람이 걸어가는 시간을 색 변화의 일부로 만든다.

건축 위를 걷는 일이 색 필터를 통과하는 일이 됐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Your rainbow panorama(2006–2011)는 150m 원형 통로를 색유리로 감싼다. 바다쥐에서는 시선의 각도가 색을 바꾸지만, 이 작품에서는 관객의 몸이 색 영역 사이를 이동하며 도시의 같은 풍경을 계속 다른 파장대로 번역한다.

실이 빛의 부피를 흉내 냈다

가브리엘 다웨의 Plexus no. 34는 80마일이 넘는 색실을 건축 공간에 촘촘히 걸어 빛기둥 같은 부피를 만든다. 바다쥐가 마이크로미터 규모의 통로를 반복해 색을 만든다면, 다웨는 사람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선의 밀도와 간격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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