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 boles
Artifact
**비 볼(bee bole)**은 정원이나 농가의 담장 안에 만든 벌통용 벽감이다. 근대식 나무 벌통이 보급되기 전 영국에서는 짚을 코일처럼 엮은 스킵(skep)에 꿀벌 군집을 길렀다. 스킵은 가볍지만 비와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기 쉬웠다. 양봉가는 벌통 위에 임시 덮개를 얹는 대신, 담장 자체에 앞만 열린 작은 칸을 반복해서 만들었다.
Historic England가 기록한 콘월 Dannonchapel Farm의 사례는 18세기 말이나 19세기 초에 만들어진 다섯 칸짜리 구조다. 각 칸은 약 40cm 높이, 50cm 너비와 깊이로, 슬레이트 선반과 옆판이 벌통을 감쌌다. 더비셔 Southwood House Farm에는 1820년 무렵 정원 경계벽에 열한 칸이 만들어졌고, 벽은 과수원 남쪽 경계이자 야생화 정원 가까이에 놓였다.
Observation
벽감은 벌집 자체가 아니다. 벌은 짚으로 만든 이동 가능한 스킵 안에 살고, 돌이나 벽돌의 칸은 그 집을 둘러싼 두 번째 외피가 된다. Eva Crane Trust의 Bee Boles Register는 이런 벽감이 대체로 남향 정원 벽에 줄지어 있고, 우세풍과 비를 막기 위해 쓰였다고 설명한다. 일부에는 겨울에 닫는 나무문까지 달렸다.
사진만 보면 비어 있는 선반이나 장식용 틈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스킵이 들어간 장면을 보면 벽의 두께가 곧 생활 공간의 깊이가 된다. 평평한 경계면이 벌통 크기의 오목한 방들로 접히면서, 한쪽에는 인간의 정원과 과수원이, 다른 쪽에는 벌의 출입구와 미기후가 놓인다.
Multiple Lenses
담장은 막는 구조이면서 수용하는 구조였다
경계벽은 보통 토지 안과 밖을 나눈다. 비 볼은 그 경계의 두께를 비워 다른 생물의 거처를 삽입한다. 벽은 통과를 제한하는 선인 동시에 반복되는 작은 방의 열이 된다.
벌통에는 두 겹의 건축이 생겼다
짚 스킵은 벌과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용기다. 벽감은 움직이지 않는 외피다. 하나는 군집을 담고, 다른 하나는 날씨와의 접촉을 조절한다. 벌의 집을 완전히 고정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정원에 안정적으로 배치하는 조합이었다.
미기후는 정밀한 기계 없이 만들어졌다
벽은 바람과 빗물을 직접 막고, 방향과 재료에 따라 햇빛과 열의 조건도 바꾼다. 이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현대식 제어장치는 아니다. 오히려 지역의 우세풍, 담장 방향, 돌의 질량과 벌의 계절 리듬을 느슨하게 맞춘 토착적 환경 조절이다.
벌의 노동은 벽 너머 정원으로 이어졌다
The Met는 근대 이전 정원에서 벌이 꿀과 밀랍을 제공하고 과수와 꽃의 수분에도 중요했다고 설명한다. 비 볼은 생산물을 담장 안에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정원 밖으로 날아갔다 돌아오는 생물의 거처다. 기반시설의 효과는 벽감 안에 머물지 않고 주변 식물과 사람의 계절 노동으로 퍼졌다.
Twist
비 볼을 작은 벌집으로만 보면 인간이 벌을 위해 별도의 집을 지었다고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구조의 핵심은 새 건물을 하나 더 세운 데 있지 않다. 이미 토지 경계를 만들던 담장의 두께와 방향을 다시 사용해, 벌통 보호와 정원 운영을 그 안에 포갠 데 있다.
그 결과 담장은 한 종의 소유권만 표시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경계와 작업대이고, 벌에게는 바람과 비를 줄이는 외피이며, 과수원에는 수분매개자가 출발하고 돌아오는 거점이다. 하나의 구조가 같은 이유로 모두에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활동을 동시에 받아들이며 공동 기반시설이 된다.
오늘 남은 빈 벽감은 벌이 사라진 건축의 음각이다. 물체가 없어져도 치수와 방향, 반복 간격이 과거의 생활 관계를 기록한다. 벽의 빈칸을 읽는 일은 사라진 도구 하나를 추측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인간의 경계가 다른 종의 계절과 노동을 어디까지 품었는지를 복원하는 일이 된다.
Core Question
남향 담장의 오목한 칸이 짚으로 엮은 벌통을 비바람에서 가리고 과수원 곁에 벌의 거처를 붙박이로 만들었다면, 이 벽은 인간의 경계를 두른 구조물일까 다른 종의 계절과 노동을 수용하는 공동 기반시설일까?
Related Works / Creative Bridges
살아 있는 군집이 조각을 계속 만든다
Pierre Huyghe의 Untilled (Liegender Frauenakt)(2012)는 콘크리트 인체상의 머리에 살아 있는 벌 군집을 결합하고, 벌이 집을 증축하며 작품의 형태를 계속 바꾸게 한다. 비 볼이 움직이는 스킵을 고정된 벽에 수용한다면, Huyghe의 작업에서는 군집의 건축이 고정된 조각을 덮으며 작품의 경계를 바꾼다.
벌집의 진동을 인간 크기의 빛과 소리로 번역한다
Wolfgang Buttress의 The Hive는 실제 벌집의 활동을 거대한 알루미늄 격자, LED와 음향으로 옮긴다. Kew의 방문자는 벌의 신호를 인간 규모의 감각 환경으로 경험한다. 비 볼은 벌의 내부 신호를 번역하지 않고, 인간의 건축을 벌의 기후 보호막으로 축소한다.
수도원 정원에서 벌통의 자리를 다시 상상한다
The Met Cloisters의 중세 정원과 벌에 관한 기록은 벌통이 꽃 가까이, 지면보다 높고 비바람과 해충에서 보호되는 장소에 놓였다고 설명한다. 현재 그 정원에는 벌통이 없지만 식물과 벌의 관계를 전시와 글로 복원한다. 비 볼의 빈 벽감 역시 부재한 벌통을 통해 과거 정원의 운영을 읽게 한다.
Further Reading
- Historic England, Bee Boles, St. Teath
- Historic England, Garden Wall with Bee Boles at Southwood House Farm
- Eva Crane Trust, About Bee Boles and the Register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Busy Bees at The Cloisters
- Wikimedia Commons, Bee skep in a bee bole, Bolsover Cas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