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Glass
Artifact
18세기 말 영국의 여행자가 호숫가 전망대에 섰다. 그런데 경치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등을 돌린 뒤, 손바닥만 한 검은 거울을 풍경 쪽으로 기울였다. 거울 안에는 산과 물과 하늘이 어둡고 작게 압축되어 있었다. 이것이 클로드 글라스(Claude glass) 또는 클로드 미러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은 19세기에 제작된 유리 거울과 가죽 케이스로, 반사면은 11×7.8cm에 불과하다. Tate의 풍경전 자료는 이를 주변 경치를 채도가 낮고 액자에 든 회화처럼 보이게 한 휴대형 거울로 소개한다. 이름은 17세기 풍경화가 클로드 로랭의 빛과 구도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가 직접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Observation
거울의 볼록함은 넓은 시야를 작은 타원 안으로 압축한다. 검게 착색한 표면은 밝기를 낮추고 색과 명암의 범위를 단순화한다. 가까운 사물과 먼 산, 하늘의 밝은 부분이 한꺼번에 한 화면에 들어오며 복잡한 현장은 회화의 큰 덩어리처럼 정리된다.
이 장치는 풍경을 저장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움직이는 동안에만 반사상이 생기고, 어느 방향으로 몸과 거울을 돌릴지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그 선택의 기준은 이미 보아 온 그림이다. European Romanticisms in Association가 지적하듯, 거울은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를 작고 통제 가능한 미적 경험으로 바꾸는 ‘picturesque 생성 장치’였다.
Multiple Lenses
넓은 장소가 휴대형 화면이 된다
볼록거울은 더 많은 장면을 더 작은 면적에 넣는다. 실제 계곡에서는 고개를 돌려야 이어지는 요소들이 타원형 경계 안에 동시에 배치된다. 프레임은 풍경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고르기 전에 먼저 풍경을 하나의 이미지 단위로 만든다.
어둡게 보는 것이 더 잘 보는 일이 된다
검은 표면은 정보를 보태지 않고 빼앗는다. 미세한 색 차이와 눈부심을 줄여 큰 명암 덩어리와 원근을 두드러지게 한다. 세부의 손실은 오류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회화적 질서를 발견하기 위한 기능이다.
관람자는 장소에 등을 돌린다
클로드 글라스를 쓰려면 풍경과 같은 방향을 보는 대신 반대편을 향해 반사상을 확인한다. 몸은 장소 안에 있지만 시선은 장소가 화면으로 변환된 뒤에야 돌아온다. 관광은 현장과 직접 만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현장을 이미지로 판정하는 의식이 된다.
필터는 취향을 중립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거울이 보여 주는 ‘그림 같은’ 풍경은 자연의 보편적 속성이 아니다. 어떤 빛, 구도, 폐허, 거리감이 아름답다고 배운 사람에게 더 잘 작동한다. 장치는 개인 취향을 제거하기보다 한 시대의 회화적 취향을 광학 구조로 휴대하게 한다.
Twist
클로드 글라스는 아름다운 경치를 찾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치가 아름다워 보일 자격 조건을 먼저 설치하는 도구였다.
여행자는 풍경을 거울에 복사한 것이 아니다. 현실의 세부를 줄이고, 넓이를 접고, 이미 익숙한 회화의 크기와 명암으로 맞춘 뒤에야 그것을 ‘풍경’으로 알아보았다. 장소가 이미지가 된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규칙이 장소를 다시 분류했다.
Core Question
여행자가 실제 풍경에 등을 돌리고 검게 축소된 반사상을 보아야 비로소 그것을 ‘그림 같은 풍경’으로 인식했다면, 아름다움은 장소에서 발견된 속성인가 이미 배운 화면 형식에 맞게 장소를 편집한 결과인가?
Related Works / Creative Bridges
클로드 로랭의 《마법에 걸린 성》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마법에 걸린 성》(1664)은 실제 로마 건축의 단서와 상상의 성, 바위, 만을 한 무대 같은 풍경으로 결합한다. 클로드 글라스는 이 그림을 복제하지 않지만, 현실을 비슷한 빛과 원근의 화면으로 읽도록 압력을 가한다.
낸시 홀트의 《Dual Locators》
Nancy Holt의 Locators는 확대하지 않는 금속 관을 한 눈으로 보게 하여 시야를 좁히고 장소의 일부를 고립한다. 클로드 글라스가 넓은 풍경을 작은 화면에 압축한다면 Locator는 좁은 구멍으로 시선을 집중한다. 둘 다 더 많이 보여 주기보다 경계를 만들어 보기를 재설계한다.
엘런 하비의 클로드 글라스 투어
작가 Ellen Harvey는 현대의 클로드 글라스를 들고 공원 투어를 진행하며 picturesque의 규칙과 그 사회적 중심을 다시 드러냈다. 이 사례는 거울을 오래된 광학 장난감이 아니라, 누가 장소를 평가하고 무엇을 화면 밖에 두는지 묻는 비평 장치로 바꾼다.
Further Reading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laude Mirror
- Victoria and Albert Museum, The Claude Glass: Polarities of Dark and Light
- Tate Britain, Wanderlust: Imagining the Landscape
- European Romanticisms in Association, A Claude G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