写し絵 (Utsushi-e)
Artifact
어두운 방의 반투명 막 뒤에 사람들이 숨는다. 각자는 촛불이나 유채기름 등잔, 렌즈, 유리 그림을 넣은 작은 나무 상자를 손에 든다. 한 사람은 인물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다른 사람은 배경을 옆으로 흘리며, 또 다른 사람은 상자를 막에 가까이 대거나 멀리 빼 형상의 크기를 바꾼다. 관객 쪽에서는 따로 움직인 빛들이 한 편의 살아 있는 장면으로 겹쳐 보인다.
이 공연은 **우쓰시에(写し絵, Utsushi-e)**다. 와세다대 연극박물관은 등잔과 렌즈를 넣은 나무 투사기 **후로(furo)**와 슬라이드를 보존한다. 금속 환등기보다 가벼운 삼나무나 오동나무 상자는 고정된 기계를 손에 드는 공연 도구로 바꾸었다.
Observation
프린스턴대 코츠न 어린이도서관의 자료에 따르면, 1801년 무렵 일본 고유의 형식으로 자리 잡은 우쓰시에는 투사자를 막 뒤에 숨기고 여러 사람이 휴대용 환등기를 움직여 서로 다른 형상을 조종했다. 간사이에서는 **니시키 카게에(錦影絵)**라고도 불렸다.
여기서 한 인물의 움직임은 한 장의 그림 안에 저장되어 있지 않다. 이동은 상자를 든 팔, 막과 렌즈 사이 거리, 교체하거나 밀어 움직이는 유리 슬라이드, 다른 빛을 가리는 타이밍에 분산된다. 이미지는 물체가 아니라 동기화된 관계의 순간적 결과다.
Multiple Lenses
투사기는 카메라가 아니라 배우가 된다
Karl D. D. Willis의 휴대형 투사 인터랙션 연구는 우쓰시에의 후로가 상하좌우 이동과 전후 이동에 따른 확대·축소를 가능하게 했다고 정리한다. 유럽식 고정 환등기와 달리 투사기 자체가 무대 위 동작 단위를 가진다. 손에 든 상자가 빛을 보내는 기계인 동시에 인물의 몸이 된다.
한 장면은 여러 광원의 협상이다
공연에는 많게는 다섯 명 안팎의 투사자가 막 뒤에 서고, 서사자와 악사가 함께할 수 있었다. 한 빛이 너무 빨리 움직이거나 다른 빛을 덮으면 장면의 인과가 끊긴다. 중앙 지휘 장치 없이 각자는 막 위의 합성 결과를 예측하며 자신의 일부만 조절한다. 영화의 프레임 대신 사람 사이의 타이밍이 연속성을 만든다.
앞에서는 환상, 뒤에서는 노동의 지도다
후면 투사는 장치와 손을 관객에게서 감춘다. 막 앞은 깊이 없는 빛의 세계지만, 뒤에는 투사자들의 자리, 이동 경로, 뜨거운 등잔, 서로 부딪히지 않아야 하는 상자들이 있다. 보이는 장면의 공간과 그것을 생산하는 노동의 공간은 같은 막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지도를 가진다.
말과 빛은 별도의 몸에서 합쳐진다
한국비교문학 연구는 우쓰시에의 환등 문화와 전통적 구연 방식이 일본 무성영화의 변사 문화를 형성한 계보를 살핀다. 화면 속 입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빛의 몸과 말하는 몸이 공간적으로 떨어진 채 하나의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Twist
우쓰시에는 영화 이전의 불완전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완성된 움직임을 매체 안에 저장하지 않고, 공연 때마다 여러 사람이 다시 조립하는 다른 계보다.
스크린에서 한 몸으로 보이는 인물은 막 뒤에서 여러 손과 상자에 나뉘어 있다. 따라서 움직이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는 프레임도 슬라이드도 아니다. 서로의 빛을 기다리고 피하며 하나의 시간을 만드는 협응이다.
Core Question
우쓰시에의 인물은 한 장의 슬라이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각자 든 투사기를 움직일 때만 살아난다면, 움직이는 이미지의 저자는 그림을 그린 사람인가 빛의 몸을 함께 연기한 사람들인가?
Related Works / Creative Bridges
모호이너지의 《빛-공간 변조기》
MoMA의 Light Prop for an Electric Stage는 회전하는 금속·유리·빛이 벽과 공간에 끊임없이 다른 그림자를 만든다. 우쓰시에와 마찬가지로 영상은 표면에 미리 완성되어 있지 않고, 광원과 물체와 공간의 상대 운동에서 발생한다. 차이는 자동 기계의 반복과 사람들의 합주에 있다.
윌리엄 켄트리지, 《The Head & the Load》
Tate가 소개하는 공연은 음악, 춤, 투사 영상, 기계 조각, 그림자극을 한 무대에 겹친다. 서로 다른 매체가 하나의 완전한 환영으로 봉합되기보다 각 생산 층을 드러낸다는 점이 우쓰시에의 막 뒤 노동을 오늘의 무대로 되돌린다.
분라쿠의 세 사람
유네스코의 닌교 조루리 분라쿠에서는 세 명의 인형사가 한 인형의 머리·오른손, 왼손, 다리를 나누어 조종한다. 우쓰시에의 여러 투사자처럼 하나의 몸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된다. 그러나 분라쿠는 조종자를 보이게 하고, 우쓰시에는 막이 그들을 지운다.
Further Reading
- Waseda University Theatre Museum, Utsushi-e and Furo Collection
- Cotsen Children’s Library, Princeton University, Utsushi-e: Japanese Magic Lantern Pictures
- Karl D. D. Willis, A Pre-history of Handheld Projector-based Interaction
- 박영산, 우쓰시에와 변사 문화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