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Brea Pitch Lake

트리니다드 라브레아의 짙은 회흑색 피치 호수와 가장자리의 녹지·시설을 비스듬히 내려다본 항공사진

2016년 Southern Trinidad Aerial Photo Project에서 촬영한 La Brea Pitch Lake. Baldur Brückner(Grueslayer),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항공사진은 호수의 규모와 주변 채굴 시설을 보여 주지만, 표면의 느린 흐름이나 부드러운 구역과 단단한 구역의 차이, 아스팔트 안 미세 물방울의 생태계는 보여 주지 않는다.

Artifact

트리니다드 남서부 라브레아에는 물 대신 천연 아스팔트가 지표를 이루는 피치 호수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설명에 따르면 면적은 약 41헥타르이고 중앙부 깊이는 약 76미터로 추정된다. 검은 표면은 사람이 걸을 만큼 단단한 곳과 발이 잠길 만큼 부드러운 곳을 함께 갖는다. ‘호수’는 하나의 균질한 액체 웅덩이가 아니라 역청, 미세한 규사와 점토, 물과 기체가 뒤섞인 지질체다.

그 재료는 지하 석유계 유체가 단층을 따라 올라오고, 가벼운 성분이 날아간 뒤 점성이 큰 잔류물이 남으며 형성된 것으로 설명된다. 메탄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 같은 기체가 새 재료와 함께 올라온다. 부드러운 피치는 공기와 만나 굳어 가지만, 다른 자리에서는 다시 신선한 재료가 나온다. 표면은 멈춰 있는 판이 아니라 매우 느린 공급과 굳음의 지도다.

19세기 후반부터 이 피치는 도로 포장과 방수·실링 재료로 산업적으로 채굴되고 수출되었다. 그런데 퍼낸 자리가 영구적인 구덩이로 남지 않는다. 현장 운영 자료는 채굴 구멍이 시간이 지나며 다시 채워진다고 설명한다. 호수 전체의 점성 물질이 천천히 재배열되어 빈 공간으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도를 가진 생물의 치유가 아니라, 경계가 고정되지 않은 물질의 장기 유동이다.

Observation

피치 호수는 ‘고체인가 액체인가’라는 질문에 관찰 시간을 붙이라고 요구한다. 짧은 시간에는 표면이 하중을 받치고 갈라지는 고체처럼 보인다. 더 긴 시간에는 채굴 자리를 메우고 매몰물을 옮기는 액체처럼 흐른다. 유네스코 자료는 선사시대 나무와 다른 물체가 표면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다시 나타난 사례를 기록한다. 표면 아래 순환이 호수를 느린 컨베이어처럼 만든다.

이 느린 운동은 균일하지 않다. 새로 솟는 부드러운 물질은 기체를 내보내며 단단해지고, 다른 곳의 표면은 갈라진다. 빗물은 틈과 움푹한 곳에 고이지만, 더 작은 규모에서는 기름 속에 1~3마이크로리터 크기의 물방울도 갇힌다. 2014년 Science 연구는 이 물방울 안에 대사 활동을 하는 미생물 공동체가 있음을 보고했다. 기름 바다가 완전히 물 없는 환경인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진 미세한 물섬을 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호수의 ‘자기 충전’은 하나의 기적적 성질이 아니다. 지하 공급, 휘발, 기체 방출, 광물 입자, 물, 점성 흐름, 채굴이 서로 다른 시간척도에서 연결된 결과다. 사람은 지형을 재료 창고처럼 파내지만, 지형은 완성된 표면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는 과정으로 반응한다.

Multiple Lenses

유변학 — 고체와 액체는 관찰 시간에 따라 바뀐다

짧은 충격에는 깨지고 하중을 지탱하는 물질도 오랜 시간에는 흐를 수 있다. 점도는 상태의 단순한 이름보다 변형 속도와 시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피치 호수의 단단한 보행면과 다시 메워지는 채굴 구멍은 서로 모순이 아니라 같은 물질의 두 시간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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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 — 표면은 지하 공급의 임시 단면이다

단층을 따라 올라온 석유계 물질은 휘발성 성분을 잃고 무거운 피치가 된다. 지표에서 보이는 호수는 완결된 퇴적물이 아니라 지하 이동, 기체 방출과 풍화가 잠시 만든 단면이다. ‘바닥’으로 보이는 곳도 더 깊은 흐름의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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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학 — 물방울 하나가 기름 속의 서식지가 된다

미생물은 피치 전체에 균일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갇힌 물방울이라는 국소 환경에서 탄화수소와 접한다. 생존 가능한 세계의 최소 단위가 넓은 수면이 아니라 마이크로리터 규모의 분산된 방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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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시설과 정치경제 — 지형은 도로로 이동한다

호수에서 꺼낸 피치는 다른 곳의 도로와 방수층이 된다. 하나의 지질 표면이 잘게 나뉘어 세계의 인공 표면으로 재배치되는 것이다. 채굴 후의 재충전은 무한한 자원이라는 뜻이 아니라, 추출 흔적이 느린 흐름에 가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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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st

가장 단단해 보이는 표면이 사실은 움직임 때문에 평평함을 되찾는다. 채굴이 만든 상처가 사라지는 까닭은 호수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물질이 영구적인 외곽선과 내부를 갖지 않고, 압력과 중력에 따라 계속 자리를 바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정된 지표’라는 말도 뒤집힌다. 표면이 유지되는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하 공급, 휘발, 경화와 느린 유동이 계속 변형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고정된 상태처럼 보이는 것은 장시간에 걸친 운동의 평균이다.

Core Question

사람이 파낸 구덩이가 느린 흐름으로 다시 메워지고 묻힌 물체가 나타났다 사라진다면, 안정된 지표는 움직이지 않는 표면일까, 변형을 계속 흡수하는 순환일까?

퀸즐랜드대학교의 Pitch Drop Experiment는 상온에서 깨지는 고체처럼 보이는 피치가 수년에 한 방울씩 흐르는 모습을 보여 준다. 실험은 작은 시료와 중력이라는 통제된 조건에서 ‘고체처럼 보이는 액체’를 드러낸다. 피치 호수는 같은 시간척도 역설을 지하 공급, 광물, 물, 기체와 채굴이 얽힌 지형 규모로 확장한다.

로스앤젤레스의 La Brea Tar Pits는 천연 아스팔트가 동식물을 붙잡아 화석 기록을 만든 장소다. 그곳에서 피치는 과거를 포획하는 함정과 아카이브로 읽힌다. 트리니다드의 Pitch Lake에서는 매몰물이 다시 나타났다 사라지고 채굴 구멍이 메워져, 같은 계열의 물질이 아카이브보다 순환하는 표면으로 보인다.

자기치유 아스팔트 연구는 캡슐, 유도가열 또는 재료의 점성 회복을 이용해 도로 균열을 닫으려 한다. 설계된 포장은 손상 위치와 성능 목표가 정해져 있다. 피치 호수의 재충전은 센서나 수리 목표 없이 질량이 천천히 재분배되는 현상이다. 둘을 같은 ‘치유’로 부르면 의도와 메커니즘의 차이를 놓친다.

리처드 윌슨의 설치작품 20:50은 갤러리를 재생 엔진오일로 채워 반사면이 단단한 검은 바닥처럼 보이게 한다. 관람자는 표면과 공간의 경계를 눈으로 잘못 읽는다. 피치 호수도 단단한 땅과 흐르는 물질의 경계를 흔들지만, 그 착시는 작품의 광학 장치가 아니라 실제 장기 유동에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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