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anzhong (編鐘)

후베이성 박물관에 전시된 증후을묘 편종의 청동 종들이 세 단의 목제 틀에 걸려 있다

증후을묘 편종, 후베이성 박물관. Gary Todd, 2010. Wikimedia Commons, CC0 1.0. 사진은 완전한 종틀의 규모를 보여 주지만, 각 종의 정면과 옆면을 쳤을 때 갈라지는 두 음을 한 장의 이미지로 들려주지는 못한다.

Artifact

1978년 중국 후베이성 쑤이저우의 증후을(曾侯乙) 무덤에서 65개의 청동 종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편종이 발견됐다. 약 2,400년 전의 악기다. 세 층의 나무틀에 매단 종들은 크기와 음높이에 따라 배열됐고, 연주자는 망치로 종의 바깥면을 쳤다. 놀라운 점은 종 하나가 하나의 음만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면 중앙과 옆면을 골라 치면 서로 다른 두 음이 났다.

그 차이는 속에 혀가 있거나 두 종을 포갠 데서 오지 않는다. 종의 입구가 원이 아니라 길쭉한 타원이고, 옆면은 안쪽으로 오목하다. 한 지점을 치면 한 진동 모드가 우세하고, 약 90도 떨어진 지점을 치면 다른 모드가 우세해진다. 둥근 종이라면 진동이 둘레를 돌며 오래 섞였을 에너지가, 이 비원형 단면에서는 두 개의 안정된 음으로 갈라진다.

Observation

UNESCO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증후을 편종에는 3,755자의 명문이 남아 있다. 종마다 음 이름과 다른 나라의 음률 체계와의 대응 관계가 기록돼 있어, 악기인 동시에 기원전 5세기의 조율 문서다. UNESCO는 이 세트를 12음 체계를 보여 주는 음악·수학 기록으로 설명한다. 소리를 만드는 금속 표면 자체가 음높이표의 저장 매체였던 셈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이런 종의 타원형 단면과 오목한 옆면이 정면과 측면에서 각각 정확히 조율된 음을 내며, 두 음의 간격은 장3도 또는 단3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의 Resound 프로젝트는 여섯 종의 두 타격점을 직접 선택해 주파수와 음량을 비교할 수 있게 한다. 하나의 종을 두 개의 음원처럼 쓰는 기술은 종 수를 단순히 두 배로 늘리지 않고도 음역과 선율 가능성을 넓혔다.

그러나 “한 종에 두 음”은 재료가 저절로 주는 보너스가 아니었다. 주조 뒤 벽 두께와 표면을 정밀하게 다듬고, 어느 위치를 칠지 연주 규칙으로 고정해야 했다. 음높이는 물체 안에만 있지 않았다. 종의 형상, 청동의 탄성, 타격점, 망치, 그리고 연주자의 지식이 맞아야 같은 금속에서 두 개의 안정된 음이 나타났다.

Multiple Lenses

음향학 — 형태가 진동의 길을 갈라놓는다

종을 치면 금속 전체가 한꺼번에 같은 방식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여러 진동 모드가 겹치지만, 비원형 단면은 방향에 따라 강성과 곡률을 다르게 만든다. 정면 타격과 측면 타격은 서로 다른 모드를 선택적으로 크게 일으킨다. 소리는 종 안에 숫자로 저장됐다기보다, 타격이 특정 진동 경로를 호출할 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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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 표면의 위치가 건반이 된다

현대 건반은 음마다 별도의 키를 둔다. 편종에서는 종 표면의 두 위치가 두 개의 입력점이다. 연주자는 어떤 종을 고를지와 어디를 칠지를 동시에 결정한다. 물체 수와 제어점 수가 일치하지 않는 인터페이스다. 하나의 몸체가 위치에 따라 다른 명령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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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매체 — 명문은 소리를 다른 체계로 번역한다

3,755자의 명문은 장식이 아니라 음률의 색인이다. 종의 실제 음, 다른 국가의 명칭, 음정 관계를 금속에 새겨 연주와 외교의 번역표로 만들었다. 악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론도 함께 남는다. 그러나 글자만 읽어서는 음을 들을 수 없고, 종만 울려서는 옛 명칭 체계를 복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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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의례 — 조율된 청동은 사회 질서를 들리게 한다

대형 편종은 막대한 금속과 숙련 노동, 넓은 공간을 요구했다. 종의 크기와 배치는 음향 설계이면서 지위의 전시였다. 의례에서 정확한 음을 반복한다는 것은 자연의 질서와 정치의 질서를 같은 공연 안에 묶는 일이었다. 정교한 두 음 기술은 효율만이 아니라 누가 조율된 시간을 소유하고 공적으로 울릴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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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st

편종의 두 음은 한 금속 덩어리에 미리 담긴 두 개의 작은 소리가 아니다. 같은 종이 어느 방향으로 힘을 받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진동 패턴을 선택한 결과다. 종은 음을 보관하는 용기라기보다 타격 위치를 음높이로 번역하는 아날로그 계산 장치에 가깝다.

그래서 복제품의 겉모양만 같아도 충분하지 않다. 타원 정도, 벽 두께, 합금, 표면 다듬기와 타격점이 함께 복원돼야 한다. 반대로 원래 종을 보존해도 어느 위치를 어떤 망치로 쳤는지 잊으면 두 음 체계의 절반을 잃는다. 원본은 청동 물체 하나가 아니라 물체와 타격 규칙이 함께 실행하는 관계다.

Core Question

같은 청동 종이 치는 위치에 따라 두 음을 낸다면, 음높이는 종 안에 저장된 물체의 속성일까, 아니면 형상·타격점·연주자의 동작이 만날 때마다 실행되는 관계일까?

서양 교회의 원형 종은 대개 하나의 기본음을 중심으로 여러 배음을 울리고, 음을 바꾸려면 크기가 다른 종을 추가한다. 편종의 타원형 몸체는 한 종 안에 방향성이 다른 두 타격점을 설계했다. 둘 다 청동의 공명을 쓰지만, 하나는 종의 개수를 음의 개수에 가깝게 늘리고 다른 하나는 표면의 위치를 추가 음표로 바꾼다.

카리용은 여러 종을 건반과 연결해 한 연주자가 선율을 만든다. 이때 인터페이스는 타격 위치를 숨기고 각 키를 특정 종에 대응시킨다. 편종은 연주자가 종과 표면을 직접 선택한다. 카리용이 분산된 종들을 중앙 제어판으로 모은다면, 편종은 제어 정보를 각 종의 몸에 남겨 둔다.

아티팩트 280의 바위 징은 돌 표면의 여러 지점에서 다른 음을 찾는다. 자연물의 비균질성이 우연히 만든 음향 지도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편종과 닮았다. 그러나 편종은 그 지도를 반복 가능한 음정 관계로 주조하고 명문으로 이름 붙였다. 하나는 장소에서 음을 찾고, 다른 하나는 음의 위치를 물체에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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