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sen passport

펼쳐 놓은 1929년 불가리아 발행 난센 여권의 표지와 여러 내지, 타자기로 적은 신원 정보와 도장
한 권의 작은 문서가 아니라 여러 번 접히는 긴 종이 위에 신원란·사진·서명·도장과 비자 공간이 이어진다. 사람의 정체성은 한 칸에 끝나지 않고, 발급국과 통과국이 각자 남긴 흔적의 연쇄로 보인다. 다만 이 사진의 메타데이터는 사설 소장품과 촬영자만 밝힐 뿐 원래 소지자의 삶, 실제 통과 경로, 어느 국경에서 문서가 거부됐는지는 보여 주지 않는다. “1929 Bulgarian issued Nansen passport” · original issuer/holder not identified · photograph by Huddyhuddy · CC0 1.0 · 1,336 × 1,922 px · Source and license

Artifact

여권은 보통 한 국가가 “이 사람은 우리 국민이다”라고 바깥 세계에 보증하는 문서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뒤에는 국가의 보호도, 인정되는 여권도 잃은 사람들이 대규모로 유럽을 떠돌았다. 신원은 있었지만 그것을 국경에서 대신 말해 줄 국가가 없었다.

1922년 7월 5일, 프리드쇼프 난센이 국제연맹 난민고등판무관으로서 소집한 회의는 러시아 난민에게 신분증명서를 발급하는 협정을 만들었다. 1924년에는 아르메니아 난민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1926년 협정은 형식과 귀환 조건을 보완했다. 이 문서는 곧 난센 여권이라 불렸다.

난센 여권은 소지자에게 새 국적을 주지 않았다. 대신 이름과 신원을 기록하고, 다른 정부가 그 문서를 여행 허가와 비자 심사의 바탕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UNHCR에 따르면 1942년 제도가 중단될 때까지 50개가 넘는 나라가 이를 인정했고 약 45만 명이 문서를 받았다.

Observation

여권인데 국적을 증명하지 않았다

보통 여권의 발급국 표지는 시민과 국가의 연결을 압축한다. 난센 여권의 출발점은 정반대였다. 소지자가 출신국의 유효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문서가 필요한 이유였다. 국적의 부재가 신원 전체의 부재로 번지지 않도록, 국제 협정이 둘을 분리했다.

그래서 이 문서가 증명한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만이 아니었다. “어느 국가도 지금 이 사람을 보통 여권으로 대표하지 못한다”는 결손 자체를 행정이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부재가 기록되자 이동을 심사할 최소한의 대상이 생겼다.

권위는 발급 도장 하나가 아니라 국가들의 연결에 있었다

1922년 협정은 하나의 초국가 기관이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만능 여권을 찍어 낸 사건이 아니었다. 각 정부가 공동 형식을 받아들이고, 자국 당국이 증명서를 발급하거나 인정하며, 다른 정부가 비자를 붙일 때 문서가 작동했다.

Hero의 펼쳐진 내지는 이 분산된 구조를 시각화한다. 사진, 타자 글자, 서명과 서로 다른 도장이 한 사람의 이동 가능성을 겹겹이 만든다. 문서의 힘은 종이 자체보다 종이를 읽기로 약속한 기관들의 연결망에 있었다.

‘돌아올 수 있음’이 ‘들어갈 수 있음’을 만들었다

초기 난센 증명서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발급지로 돌아올 권리가 불명확하다는 점이었다. 1949년 유엔의 무국적 연구는 다른 나라들이 되돌려 보낼 곳이 없는 여행자에게 비자를 주기 꺼렸다고 설명한다. 1926년 협정은 문서 유효기간 동안 발급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조건을 강화했다.

이 작은 조항은 국경의 역설을 드러낸다. 어떤 나라에 들어갈 가능성은 그 사람이 필요하면 다른 나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보증에 달려 있었다. 이동의 문서는 목적지를 여는 열쇠이면서 동시에 귀환 책임을 배치하는 계약이었다.

문서는 사람을 자유롭게 한 동시에 분류했다

난센 여권은 이동·취업·재정착의 실질적 통로를 넓혔다. 그러나 누구나 자동으로 받을 수 있는 보편 여권은 아니었다. 초기 협정은 러시아 난민, 뒤이어 아르메니아 난민처럼 특정 법적 범주를 정의했고, 각 정부의 가입과 행정 판단에 효력이 달렸다.

보호를 위해서는 먼저 “어떤 종류의 난민인가”가 판정돼야 했다. 문서가 보이지 않던 사람을 행정에 나타나게 했지만, 그 가시성은 새로운 범주와 경계 안에서만 주어졌다. 이동 가능성과 분류 가능성은 함께 생겼다.

남은 여권은 성공한 통과를 과대표현할 수 있다

보존된 여권의 도장과 비자는 문서가 실제로 사용됐다는 흔적을 남긴다. 반대로 발급을 거절당한 사람, 비자를 받지 못한 사람, 서류를 잃은 사람은 물체 컬렉션에 덜 남는다. 약 45만 장이라는 규모만으로 모든 무국적자가 같은 접근을 누렸다고 말할 수 없다.

Hero 한 장도 국경의 협상을 재현하지 못한다. 도장이 승인인지 갱신인지, 빈 칸이 이동 기회의 여지인지 거절의 흔적인지 알려면 개인 사건 파일과 발급기관 기록, 각국의 가입·비자 관행을 함께 읽어야 한다.

Twist

첫 번째 반전은 여권의 주어다. 보통 여권에서는 한 국가가 자기 시민을 말한다. 난센 여권에서는 여러 국가가 어떤 사람에게 그런 국가가 없다는 사실을 함께 다뤘다. 소속의 증명서가 소속 부재의 공동 승인서로 뒤집혔다.

두 번째 반전은 문서의 위치다. 난센 여권은 국경을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비자, 귀환 조항과 난민 범주를 더 정교하게 기록했다.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 것은 무규칙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가가 같은 예외를 읽을 수 있도록 맞춘 규칙이었다.

세 번째 반전은 정체성과 이동의 분리다. 시민권을 주지 않고도 여행 문서를 줄 수 있다는 발명은 “누구인가”와 “어디로 갈 수 있는가”가 반드시 같은 국가 관계에서 나올 필요가 없음을 보여 줬다. 최소한의 이동권은 완전한 정치적 소속보다 먼저 조립될 수 있었다.

Core Question

국적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여러 국가가 국경 통과용 신분증을 함께 인정했다면, 여권은 한 국가가 시민에게 주는 소속 증명인가 아니면 국가들이 소속의 부재를 공동으로 다루기 위해 만든 이동 협정인가?

《One Million Finnish Passports》 — Alfredo Jaar, 1995

공통점

난센 여권과 Jaar의 설치는 모두 여권을 사람의 이동 가능성을 배분하는 물체로 다룬다. 종이 묶음은 추상적인 이민 정책을 손에 잡힐 만큼 구체적인 수량과 부피로 바꾼다.

결정적 차이

난센 여권은 실제 소지자 한 명씩에게 발급되어 여러 국가의 도장을 축적한 작동 문서였다. Jaar는 100만 개의 핀란드 여권 복제품을 보안 유리 뒤에 쌓아, 발급되지 않은 시민권과 이동의 부재를 거대한 덩어리로 보이게 했다. 하나는 예외를 행정에 편입했고, 다른 하나는 편입되지 못한 사람을 빈 여권의 수로 호출한다.

질문 강화

여권의 힘은 종이 안에 있는가, 실제 사람에게 건네지고 여러 국경이 그 문서를 인정하는 과정에 있는가? 발급된 한 장과 유리 뒤에 갇힌 100만 장의 차이는 이동권이 상징이 아니라 관계의 실행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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