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odium seed — a dead awn drills with humidity · 살아 있는 근육 없이 젖음과 마름을 회전으로 바꾸는 씨앗의 나선형 까락

분홍색 Erodium cicutarium 꽃 곁에서 길고 뾰족한 씨방이 위로 솟아 있는 모습
작은 분홍색 꽃 옆으로 다섯 씨앗의 까락이 모인 길고 뾰족한 열매가 새의 부리처럼 솟아 있다. Erodium cicutarium, flower and seed-pod · Ivanhoe65 · 2009 · Source · CC BY-SA 3.0 · 사진은 실제 꽃과 마르기 전 씨방을 보여 주지만, 분리된 씨앗의 나선형 까락, 젖고 마를 때의 회전, 흙을 파고드는 시간 순서는 보여 주지 않는다.

Artifact

쥐손이풀과의 한해살이풀 Erodium cicutarium은 꽃이 진 뒤 다섯 씨앗의 긴 까락이 모인 뾰족한 열매를 만든다. 열매가 마르면 까락에 탄성 응력이 쌓이고, 씨앗들은 갑자기 분리되어 어미 식물에서 최대 약 0.5미터까지 튀어 나간다. 같은 까락은 착지 뒤 두 번째 일을 시작한다.

까락은 한쪽으로만 고르게 줄어드는 막대가 아니다. 단면 안의 조직층들이 물을 흡수하고 잃을 때 서로 다른 정도로 팽창하고 수축한다. 그래서 젖으면 나선이 풀려 곧아지고, 마르면 다시 감긴다. 이 변화는 살아 있는 세포가 신호를 보내 근육을 움직이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죽은 세포벽이 습도에 물리적으로 응답하는 흡습 운동이다.

바닥에 놓인 씨앗에서 긴 꼬리가 풀리면 지면을 밀어 씨앗을 세우고 회전 토크를 만든다. 씨앗 몸통과 까락을 따라 난 비스듬한 털은 한 방향에서는 미끄러지고 반대 방향에서는 흙에 걸리는 래칫처럼 작동한다. 젖음과 마름이 반복될수록 씨앗은 틈을 찾고, 뾰족한 끝을 아래로 돌려 흙속으로 들어간다.

하나의 구조가 먼저 스프링처럼 씨앗을 멀리 보내고, 다음에는 코르크나사처럼 씨앗을 묻는다. 이동의 에너지원도 씨앗 안에 저장된 연료가 아니라 건조와 비, 밤낮의 습도 변화다. 씨앗은 환경을 견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를 기계적 행정 순서로 바꾼다.

Observation

Hero에서는 분홍색 꽃보다 훨씬 긴 초록색 부리가 위로 솟아 있다. 이 부리는 하나의 바늘이 아니라 아직 함께 붙어 있는 다섯 까락의 묶음이다. 마른 뒤 각 씨앗이 떨어지면 곧았던 까락의 일부가 비틀려 나선이 된다.

사진에 흙을 파는 장면은 없다. 완성된 작동을 보려면 분리된 씨앗을 젖게 했다가 말리는 시간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한 번의 변형만으로 항상 매장되는 것도 아니다. 흙의 틈, 표면 거칠기, 까락이 지면과 만나는 각도, 씨앗 크기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진다.

‘스스로 땅을 판다’는 표현도 의지를 뜻하지 않는다. 씨앗은 목적을 계산하거나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다. 방향성은 나선의 기하, 비스듬한 털, 지면과의 마찰, 습도 주기가 함께 만든 비대칭에서 나온다.

Multiple Lenses

죽은 조직의 렌즈

운동을 만드는 까락의 조직은 살아 있지 않다. 그러나 세포벽의 배열은 물을 받으면 비대칭으로 팽창하도록 남아 있다. 생명이 사라진 뒤에도 조직의 구조는 환경을 운동으로 번역한다.

습도의 렌즈

비는 씨앗을 단순히 적시지 않는다. 물 분자가 세포벽 사이로 들어가 나선의 곡률을 바꾸고, 건조가 그 변형을 되돌린다. 습도는 배경 조건이 아니라 왕복 운동의 입력 신호다.

래칫의 렌즈

젖을 때와 마를 때 꼬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제자리로 돌아올 것 같지만, 털과 흙의 마찰은 두 방향을 같게 만들지 않는다. 되돌릴 수 있는 형태 변화가 되돌릴 수 없는 매장 깊이로 누적된다.

시간의 렌즈

한 번의 비보다 반복되는 젖음과 마름이 중요하다. 씨앗의 도구는 시간을 시계로 세지 않고, 환경 주기를 조금씩 아래쪽 이동으로 적분한다.

행위자의 렌즈

씨앗, 죽은 까락, 물, 흙 가운데 어느 하나도 혼자 매장을 수행하지 않는다. ‘씨앗이 판다’는 문장은 여러 물질의 관계를 하나의 주어로 압축한다.

Twist

가장 놀라운 점은 씨앗이 작은 드릴처럼 생겼다는 사실보다, 드릴의 동력부가 죽은 조직이라는 점이다. 성장이나 신경, 대사 없이도 세포벽의 미세한 방향 배열은 비가 온 뒤 풀리고 마른 뒤 감기는 순서를 보존한다.

또한 왕복 운동은 실패한 반복이 아니다. 까락의 형태는 대체로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만 씨앗의 위치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면과 털이 만든 비대칭 때문에 가역적인 습도 반응이 비가역적인 이동을 만든다.

이 장치를 씨앗 내부의 속성으로만 설명하면 흙과 날씨가 사라진다. 반대로 비가 씨앗을 심는다고만 말하면 까락의 구조가 사라진다. 작동은 물체에도 환경에도 단독으로 있지 않고, 둘이 만날 때만 열리는 절차에 있다.

Core Question

이미 죽은 꼬리가 밤낮의 습도를 받아 씨앗을 돌리고 땅속으로 밀어 넣는다면, 식물의 행동은 살아 있는 기관의 결정일까 환경이 죽은 조직을 통과해 수행하는 운동일까?

Hans Haacke, Condensation Cube (1963–1967)

공통점: Erodium의 까락과 Haacke의 투명한 큐브는 습도와 온도 같은 주변 조건을 내부 변화로 드러낸다. 둘 다 고정된 물체보다 환경과 계속 주고받는 물질적 과정에 가깝다.

결정적 차이: Condensation Cube에서는 물이 증발하고 벽에 맺혀 예측할 수 없는 자국을 만든다. 씨앗의 까락에서는 수분이 죽은 세포벽의 정렬을 따라 비교적 규칙적인 나선 운동으로 변환되고, 그 운동이 흙속 이동이라는 방향성을 얻는다.

질문을 선명하게 하는 점: 환경에 반응하는 물체의 행위는 물체가 소유한 것일까, 전시실이나 토양을 포함한 열린 조건이 잠시 수행하는 것일까? MACBA

Contrast Case — 전동 파종 드릴

전동 파종기는 모터가 회전력을 만들고 작업자가 위치와 깊이를 지정한다. 동력원, 제어자, 드릴 비트가 분명히 나뉜다. Erodium 씨앗에서는 습도 주기가 동력이 되고 까락의 형상과 털이 제어를 분담하며, 흙의 틈이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기계의 경계는 씨앗 표면에서 끝나지 않는다.

Further Reading

  1.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The mechanics of explosive dispersal and self-burial in the seeds of the filaree” — 고속·타임랩스 영상과 기계 모델로 씨앗의 발사와 흡습성 까락의 매장 운동을 분석한 원 연구다.
  2. 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 “Self-burial Mechanics of Hygroscopically Responsive Awns” — Erodium과 Pelargonium 까락의 습도 반응, 나선 변형, 흙과의 상호작용을 실험·이론으로 비교한다.
  3. European Space Agency, “Self-burial strategy and performance in Erodium cicutarium” — 씨앗의 쐐기형 몸통·털·까락과 토양 조건이 매장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4. Carnegie Mellon University, “Wooden Seed Carriers Mimic the Behavior of Self-Burying Seeds” — Erodium의 한 꼬리 구조를 습기에 반응하는 세 갈래 목재 파종 장치로 확장한 생체모방 연구를 소개한다.
  5. MACBA, Hans Haacke’s Condensation Cube — 물의 증발과 응결로 전시 환경과 관객의 존재에 계속 반응하는 작품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