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A-Poem
Artifact
1969년 1월, 뉴욕의 한 전시장에 전화기 열 대와 산업용 자동응답기가 연결됐다. 누구든 공개된 번호로 전화를 걸면 녹음된 목소리 하나가 임의로 선택되어 흘러나왔다. 시인의 낭독뿐 아니라 불교 만트라, 흑표당 활동가의 연설, 존 케이지의 《4′33″》 일부처럼 당시 사람들이 ‘전화로 듣는 시’라고 예상하지 않았던 소리도 섞였다.
이 작업은 존 조르노의 다이얼어포엠(Dial-A-Poem)이다. 시집을 펼치거나 공연장에 갈 필요가 없었다. 사무실, 집, 공중전화 어디에서든 번호 하나를 누르면 목소리가 일상의 통신망으로 침입했다.
Observation
전화는 보통 특정 사람에게 연결하기 위한 장치다. 발신자는 누구에게 걸지 정하고, 상대방은 전화를 받을지 결정한다. 다이얼어포엠에서는 이 관계가 비틀린다. 발신자는 번호를 선택하지만 화자를 선택하지 못한다. 녹음된 목소리는 전화를 거절하지 못하지만, 청취자는 언제든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있다.
초기 시스템은 여러 전화 회선과 자동응답기, 릴 테이프를 묶어 작동했다. 한 통화가 들어오면 기계는 준비된 녹음 가운데 하나를 들려줬다. 뉴욕타임스가 번호를 소개한 뒤에는 회선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수십만 건의 통화중 신호가 발생했다. 작품의 인기는 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접근할수록 오히려 접근이 막히는 전화망의 물리적 한계를 드러냈다.
개인 통화가 공개 공연이 될 때
수화기 안의 한 사람 목소리는 사적인 대화일까 대중 공연일까?
전화기의 수화기는 한 귀 가까이에 놓인다. 콘서트의 스피커처럼 여러 사람에게 같은 공간을 펼치지 않고, 한 번에 한 청취자에게 좁은 음향 공간을 만든다. 그러나 그 친밀한 목소리는 개인에게 보내진 메시지가 아니다. 같은 녹음이 이름을 모르는 수많은 발신자에게 반복된다.
다이얼어포엠은 대중성을 더 큰 객석으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동일한 자료를 수많은 일대일 청취로 복제했다. 공공 배포와 사적인 감각이 하나의 수화기 안에서 겹친다.
목록 없이 접근할 때
작품을 고를 수 없는데도 그것을 열린 아카이브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도서관이나 음반 목록에서는 제목과 저자를 보고 무엇을 열지 선택한다. 다이얼어포엠의 발신자는 번호를 누른 뒤에야 무엇을 만났는지 알게 된다. 무작위 선택은 취향에 맞는 작품을 빨리 찾는 기능을 포기하는 대신, 유명도와 장르에 따라 미리 걸러지지 않은 만남을 만든다.
오늘날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과거 행동을 바탕으로 ‘다음에 좋아할 것’을 예측한다. 이 전화선은 사용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 다시 걸어도 더 적합한 작품을 주지 않는다. 접근은 개인화가 아니라 매번 새로 시작되는 추첨에 가깝다.
Related Concepts
통화중 신호가 관객 수를 셀 때
연결 실패도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전화망에는 동시에 열 수 있는 회선 수가 정해져 있었다. 사람이 몰리면 새 발신자는 시 대신 통화중 신호를 들었다. 이 실패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면서, 보이지 않는 다른 청취자들이 이미 회선을 점유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전시장에서는 관객을 눈으로 셀 수 있다. 전화 작품에서는 서로 만나지 않는 발신자들이 회선의 포화로만 집단을 드러낸다. 통화중 신호는 작품이 닿지 못한 사람의 기록이자, 작품이 너무 많은 사람에게 닿았다는 역설적인 박수였다.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
듣기를 끝내는 권한은 작품의 길이를 바꾸는가?
녹음은 시작과 끝을 갖지만 청취자는 끝까지 들을 의무가 없다. 이해되지 않거나 불편한 목소리가 나오면 즉시 전화를 끊을 수 있다. 반대로 짧은 녹음이 끝나면 기계가 먼저 연결을 종료한다. 작품의 지속 시간은 테이프에만 저장되지 않고, 목소리와 청취자 중 누가 먼저 통화를 끝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작은 동작은 접근의 다른 면을 보여 준다. 누구나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열린 관계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청취자는 예상 밖의 목소리를 견딜지, 중간에 끊을지, 다시 걸어 다른 목소리를 만날지 결정한다.
Twist
다이얼어포엠을 ‘전화로 제공되는 시 모음’이라고 보면 전화기는 책장을 대신한 편리한 검색 장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는 검색 결과도, 저자 목록도, 개인화도 없다. 발신자가 호출한 것은 특정 작품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짧은 청취 상황이다.
전화는 거리를 없애는 도구였지만 여기서는 선택의 거리를 다시 만든다. 접근하기는 쉽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듣기를 시작할 권한은 발신자에게 있지만 무엇을 들을지는 시스템이 정하고, 끝까지 들을지는 다시 발신자가 정한다. 열린 아카이브는 모든 것을 미리 보여 주는 목록이 아니라, 낯선 목소리를 만날 가능성을 계속 열어 두는 장치일 수도 있다.
Core Question
청취자가 먼저 전화를 걸지만 들을 내용은 고르지 못하는 시스템에서, 접근의 자유는 선택지가 많은 데 있을까 예측할 수 없는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데 있을까?
Related Works / Contrast Cases
《Dialtones (A Telesymphony)》 — 골란 레빈 외, 2001
공통점
두 작품 모두 전화망을 단순한 연락 수단이 아니라 음성과 소리를 배포하는 공연 장치로 바꾼다. 관객의 일상적 전화기가 작품의 재생 인터페이스가 된다.
결정적 차이
《Dialtones》는 관객의 휴대전화 번호와 좌석을 등록한 뒤, 작곡가가 여러 전화의 벨소리를 공간적으로 지휘한다. 다이얼어포엠은 발신자의 위치와 정체를 조율하지 않고 한 사람에게 무작위 목소리 하나를 건넨다. 하나는 네트워크를 집단 악기로 조직하고,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가 누구와 연결할지 모르는 일대일 만남을 보존한다.
질문 강화
같은 전화망도 모든 참여자를 정확히 배치할 때 공연장이 되고, 누구를 만날지 통제하지 않을 때 열린 아카이브가 된다면, 접근의 자유는 연결의 수보다 연결을 조직하는 규칙에 달린다.
참고 영상
- Dial-A-Poem의 역사와 설치 기록 — Giorno Poetry Systems — 초기 전화기와 자동응답기 구성, 참여 목소리와 1970년 MoMA 전시로 이어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