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의 단면도에서 앞쪽의 각막과 동공, 수정체, 뒤쪽의 망막과 시신경이 서로 다른 색과 영문 표기로 구분되어 있다
사람 눈의 단면도. 공기 중 초점의 대부분을 맡는 각막과, 모양을 바꾸어 초점을 조절하는 수정체, 빛의 입구를 좁히는 동공이 표시되어 있다. Rhcastilhos·Jmarchn · 2007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 Source

1. Artifact

아이들이 얕은 바다로 잠수한다. 물안경은 없다. 손에는 조개와 해삼을 찾을 작은 막대기만 들려 있다. 수면 아래에서 눈을 뜨면 보통 사람에게 해저의 윤곽은 금세 번진다. 그런데 안다만해의 모켄(Moken) 아이들은 모래 위의 작은 무늬와 물체 방향을 가려낸다. 눈이 물고기처럼 생긴 것도 아니다. 같은 인간의 눈이 다른 환경에서 다른 조작법을 익힌 것이다.

2. Observation

공기 중에서는 각막과 공기의 굴절률 차이가 눈 전체 초점 능력의 큰 부분을 만든다. 물에 들어가면 각막 바깥이 공기 대신 물로 바뀌어 그 차이가 줄고, 각막은 빛을 충분히 꺾지 못한다. 망막 앞뒤로 초점이 퍼지면서 작은 물체가 흐려진다. 물안경은 눈앞에 공기층을 만들어 이 문제를 우회하지만, 맨눈에는 그런 보조 장치가 없다.

2003년 Anna Gislén(안나 기슬렌)과 동료들은 태국 수린 제도의 모켄 아이들과 유럽 아이들의 수중 시력을 비교했다. 모켄 아이들의 공간 해상도는 비교 집단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이들이 물속에서 동공을 평소보다 강하게 줄이고, 수정체의 조절력을 거의 최대까지 사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작은 동공은 주변부 광선을 잘라 흐림을 줄이고 초점이 맞는 거리 범위를 넓힌다. 더 볼록해진 수정체는 물속에서 약해진 각막의 굴절력을 일부 보충한다.

처음에는 오랜 해양 생활이 만든 유전적 적응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후속 연구에서 유럽 아이들도 몇 주 동안 물속 무늬를 구별하는 연습을 하자 비슷한 수준까지 향상됐다. 개선은 특별한 기관이 새로 생긴 결과가 아니었다. 이미 가능한 동공 수축과 수정체 조절을 낯선 조합으로 반복 사용한 결과였다. 이 사례의 놀라움은 모켄의 몸이 다른 종에 가깝다는 데 있지 않다. 평범한 인간의 눈이 평소에는 호출하지 않는 성능 영역을 생활 속에서 배웠다는 데 있다.

3. Multiple Lenses

생리광학

물은 왜 같은 눈을 갑자기 근시처럼 만드는가?

공기 중에서 각막은 강한 고정 렌즈다. 물속에서는 각막 안팎의 굴절률 차이가 줄어 초점 능력이 급격히 약해진다. 수정체만으로는 평소의 선명도를 되찾기 어렵다. 모켄 아이들은 수정체를 더 볼록하게 만들고 동공을 좁혀 이 손실을 줄였다. 능력은 눈의 부품 하나보다 두 조절 장치가 동시에 얼마나 멀리 움직이는지에서 나왔다.

Related Concepts

  • Refraction — 빛이 서로 다른 매질의 경계를 지날 때 진행 방향이 바뀌는 현상
  • Accommodation — 수정체 모양을 바꾸어 가까운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
  • Depth of field —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는 앞뒤 거리의 범위

지각학습

감각 훈련은 더 잘 보는 법을 배우는가, 눈을 다르게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가?

훈련 뒤 시력이 좋아졌다는 말은 망막이 더 촘촘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들은 흐린 자극에서 유용한 차이를 찾아내고, 물속에서 동공과 수정체를 함께 조절하는 반응을 안정시켰다. 지각학습은 뇌의 판독 능력과 눈의 운동 전략을 동시에 바꿀 수 있다. 측정된 결과는 ‘시력’ 하나지만 그 안에는 광학 장치, 근육 제어, 주의와 판단이 겹쳐 있다.

Related Concepts

  • Perceptual learning — 반복 경험으로 감각 자극의 차이를 더 정확히 구별하게 되는 변화
  • Sensorimotor learning — 감각 피드백을 이용해 움직임의 제어 전략을 다듬는 과정
  • Neuroplasticity — 경험에 따라 신경계의 연결과 기능이 달라지는 성질

발달과 나이

왜 같은 생활을 한 어른보다 아이에게서 능력이 더 두드러지는가?

어린 수정체는 탄력이 커서 초점 조절 범위가 넓다. 나이가 들면 수정체가 단단해지고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줄어든다. 모켄 성인도 바다 경험은 많지만 아이와 같은 광학적 여유를 갖지는 못한다. 문화가 기술을 전승해도 몸의 발달 시기는 그 기술을 언제 가장 잘 배울 수 있는지 제한한다. 전승은 지식만 넘기는 일이 아니라 적절한 나이에 환경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Related Concepts

  • Critical period — 특정 능력이 경험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는 발달 시기
  • Presbyopia — 나이가 들며 수정체 조절력이 감소하는 현상
  • Developmental plasticity — 성장 과정의 환경이 형질과 기능에 남기는 변화

감각생태학

선명한 수중 시력은 실험실 점수인가, 먹이를 찾는 생활 기술인가?

모켄 아이들은 수영 경기의 기록을 위해 눈을 훈련하지 않았다. 얕은 물에서 조개, 성게와 해삼을 찾는 활동이 작은 대비와 윤곽을 구별해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감각의 성능은 가능한 최대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정보가 매일 생존과 놀이, 가족의 노동에 쓰이는지가 주의와 연습량을 정한다. 바다는 배경이 아니라 눈의 사용 설명서를 쓰는 환경이었다.

Related Concepts

  • Sensory ecology — 생물이 환경의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행동에 쓰는지 연구하는 분야
  • Ecological optics — 실제 환경의 빛 구조와 지각 행동의 관계를 다루는 접근
  • Affordance — 환경이 몸과 기술에 따라 열어 보이는 행동 가능성

유전과 문화

집단 사이의 능력 차이를 보면 왜 먼저 유전자를 떠올리는가?

두 집단의 평균 차이는 곧바로 타고난 생물학적 차이를 뜻하지 않는다. 생활환경, 훈련 시기, 과제에 대한 익숙함과 측정 상황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유럽 아이들의 훈련 결과는 수중 시력 차이의 상당 부분이 학습 가능함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유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실험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집단의 특별함을 선언하기 전에 바꿀 수 있는 경험 변수를 먼저 시험했다는 점이다.

Related Concepts

정치생태학

능력을 만든 생활환경이 사라지면 몸에 남은 기술은 어떻게 되는가?

오늘날 많은 모켄은 국경 통제, 해양보호구역 규정, 정착 정책과 생계 변화 때문에 배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육지에서 생활하는 일은 교육과 의료 접근을 넓힐 수 있지만, 매일 잠수하던 훈련 조건은 약해진다. 이 능력을 ‘희귀한 문화유산’으로 칭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을 보존하겠다는 외부의 욕망과 당사자가 원하는 안전, 시민권, 교육 사이의 충돌도 함께 물어야 한다.

Related Concepts

  • Political ecology — 환경 변화와 권력, 자원 접근의 관계를 분석하는 분야
  • Indigenous knowledge — 특정 생활환경에서 세대를 거쳐 축적된 관찰과 실천
  • Cultural rights — 공동체가 언어와 생활양식, 지식을 유지하고 바꿀 권리

4. Twist

모켄의 수중 시력을 ‘바다에 적응한 신비한 민족의 초능력’으로 부르면 이야기는 쉽게 소비된다. 하지만 그 설명은 능력을 집단의 고정된 본질로 만든다. 후속 훈련 실험이 흔든 것은 기록 자체가 아니라 그 기록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비교 집단의 아이들도 같은 과제를 반복하자 눈의 반응을 바꿀 수 있었다.

그렇다고 결론이 ‘누구나 연습하면 된다’로 끝나지는 않는다. 연습은 진공 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모켄 아이들에게 잠수는 연구자가 정한 훈련 프로그램이 아니라 놀이, 채집, 이동과 가족 생활의 일부였다. 실험실은 몇 주 동안 자극을 제공할 수 있지만, 어떤 감각을 매일 쓸 가치가 있는 능력으로 만드는지는 생활세계가 결정한다.

따라서 이 사례는 자연과 문화 가운데 어느 쪽이 이겼는지를 판정하지 않는다. 몸은 일정한 가능성과 한계를 제공하고, 환경은 그 가능성 가운데 어떤 조합을 반복 호출할지 정한다. 더 불편한 질문은 따로 남는다. 한 능력을 만든 생활환경이 사라질 때 우리는 능력만 따로 보존할 수 있는가? 혹은 감각 기술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공동체가 떠나고 싶은 조건까지 박제하게 되는가?

5. Core Question

인간의 능력을 보존한다는 것은 훈련법을 기록하는 일인가, 그 능력이 매일 필요했던 생활환경을 지키는 일인가, 아니면 당사자가 그 환경을 떠날 자유까지 보장하는 일인가?

6. Further Reading